대관신청 바로가기
부산노동상담소바로가기
부산노동자생협바로가기
민주노총 부산본부 조합원 게시판입니다. '조합원'으로 인증받으셔야 글쓰기가 가능합니다. 회원등급 조정은 부산본부로 문의하십시요.

경마공원 박경근 이현준 열사 추모사

2017819

 

서른 여섯 살, 서른 세 살

40년도 못살았던 두 젊은이가,

죽어서도 8519일 구천을 떠돌던 생목숨들이 오늘 이승을 떠납니다.

부모님 두고, 마누라 두고, 새끼들 둘을 두고 세상을 떠나며

마지막 남기고 가는 말이 어찌 좆같은 마사회여야 했습니까.

새벽 다섯시 출근해서 말 상태 살피고 정성들여 맛사지 시키고

망아지처럼 날뛰는 말들 길들여가며 경주하고

이기면 기쁘고 지면 인간의 밑바닥까지 짓밟히는 현실을 보며 그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내가 아무리 긍지를 가지고 자존심을 지키려 해도

말이 한번 실수했다고 처참히 뭉개지던 날 그는 얼마나 절망했을까요.

우리가 말을 움직인다고 생각했는데 생각해보니 우릴 움직인 건

돈이었고 마주였고 마사회였습니다.

말보다 못한 존재들.

사람처럼 살고 싶었을뿐입니다.

말을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위해서 내 가족들을 위해서 살고 싶었을 뿐입니다.

목숨걸고 하는 말도 귀닫고 외면하는 자들.

죽음으로 절규한 비명소리조차 외면했던 자들이 끝내 또 하나의 목숨을 앗아갔습니다.

미안합니다..

미처 다 쓰지도 못한 유서.

이현준이 왜 미안해야 합니까.

 

2003년 영도 한진중공업.

650명의 노동자를 짜르겠다 했습니다.

2년을 싸워서 사장과 잠정합의한 합의안을 회장이 번복했고

그 밤에 김주익 지회장이 혼자 85크레인엘 올랐습니다.

129일 홀로 깃발처럼 나부끼던 사람.

바닷바람에 삭아 갈갈이 찢어질 때 까지 우린 그가 얼마나 힘들지 미처 몰랐습니다.

그리고 129일만에 크레인에서 목을 맸습니다.

1197살 아이들 셋을 두고 내려가면 아빠가 바퀴달린 휠리스 신발을 사주겠다는

약속을 끝내 못 지킨 채 밥을 매달아 올렸던 밧줄에 목을 맸습니다.

2년을 싸우다가 죽기 전 마지막 수단으로 크레인에 오른 사람에게

한진자본은 내려오란 말만 129일 동안 되풀이 했고

죽은 시신에게 체포영장을 집행하겠다고 검찰이 왔습니다.

노동자들에게 세상은 늘 가혹하고 모질었습니다.

죽어서도 크레인을 내려오지 못했던 사람.

129일 동안 밥을 매달아 올렸던 밧줄엔 드라이아이스가 매달려 올라갔습니다.

4개월을 넘게 아빠를 기다린 아이들에게 아빠의 썩은 얼굴을 보여줄 순 없는 거 아닙니까.

내가 일자리 구해줄테니 내려오라던 9살 딸내미가 아빠와 마지막 인사는

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드라이아이스에 채워져 크레인 위에 누워있는 시신을 두고도 한진자본은 흥정을 하고

2주가 지나도 장례조차 치를 수 없었던 죽음.

2주만에 곽재규라는 노동자가 도크바닥에 몸을 던졌습니다.

사람을 죽인 건 한진자본인데 죄책감은 우리 몫이었습니다.

 

한 회사에서 연달아 사람이 죽는 일은 한진에서 끝났어야 했습니다.

저 어린 아이들을 상주로 만드는 일은 14년전에 끝났어야 했습니다.

조직되지 못한 노동자는 노예일 뿐입니다.

투쟁하지 않는 노동자는 호구일 뿐입니다.

부산경남 경마공원 노동조합 조합원 동지 여러분.

박경근 이현준의 동생이고 친구이고 형님이었던 여러분.

인간답게 살고 싶었으나 그럴 수 없었던 두 사람이 마지막 길을 떠납니다.

10년 후 쌍둥이 아들들이 자랐을 때 그때도 사람이 줄줄이 죽어나가는

회사는 아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마필관리사 한사람의 목에 수십개의 빨대가 꽂힌 그런 끔찍한 착취는

아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두고두고 아프겠지만, 생각할수록 억장이 무너지겠지만

박경근 이현준 두 사람 잊지맙시다.

두 사람을 한꺼번에 묻는 이 기막힌 합동장례식을 꼭 기억합시다.

List of Articles
번호 글쓴이 날짜 조회수
1666 [통일위]부산노동자 통일골든벨 참가요청 file 본부조직부장 2017-10-10 928
1665 [금속부산양산17-19] 신규지회 윌로펌프 사측이사 자해성 폭력 file 금속부산양산 2017-09-29 872
1664 [금속부양보도 170919] 언론파업지지! 9/20 320명 다큐영화 '공범자들' 단체관람 file 금속부산양산 2017-09-19 851
1663 '김석준 교육감이 직접 해결하라!' 촉구 기자회견 file 학교비정규직 노동자 2017-09-18 691
1662 [결의의 눈물 9/14] 상여금 기본급화저지! 비엠금속투쟁승리! 금속부산양산 2017-09-15 1017
1661 [학비노조]교육감에게 '직접 해결/기본급 소급/고용문제 해결' 최후통첩을 던졌습니다! file 학교비정규직 노동자 2017-09-14 841
1660 오늘(9.12) 오후 2시30분부터 부산교육청에서 임금공동교섭이 열립니다! file 학교비정규직 노동자 2017-09-12 597
1659 교육감 직접 해결 촉구 최후통첩 선포대회 file 학교비정규직 노동자 2017-09-06 538
» 경마공원 박경근 이현준 열사 추모사 - 김진숙 지도위원 윤석범 2017-08-25 575
1657 [학비노조]불성실교섭 부산교육청 규탄집회 개최! "김석준 교육감은 성실하게 교섭에 임하라!" file 학교비정규직 노동자 2017-08-24 683
1656 [학비노조]조합원들의 흔한 카톡 대화~ file 학교비정규직 노동자 2017-08-24 785
1655 [금속부산양산 17-18] 중아교섭찬반투표 8/22-8/24, 마필관리 박경근 이현준열사 솥발산에 잠들다 file 금속부산양산 2017-08-21 621
1654 [학비노조]직종파업으로 교육청에 강력한 경고를 보내다 file 학교비정규직 노동자 2017-08-12 502
1653 부산교육청의 ‘3년째 임금동결’ 방침에 분노, 교육복지사들 파업 돌입 file 학교비정규직 노동자 2017-08-09 531
1652 [학비노조]8.10~8.11 교육복지사 직종파업 돌입 file 학교비정규직 노동자 2017-08-07 503
1651 [금속부산양산 17-17] 12차 집단교섭, 의견일치 file 금속부산양산 2017-07-26 541
1650 [학비노조]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 발표에 대한 입장 file 학교비정규직 노동자 2017-07-20 835
1649 [학비노조]무기한 농성 및 무기한 파업 7일차 소식 file 학교비정규직 노동자 2017-07-19 487
1648 부산학비노조 무기한 농성 6일차 소식 file 학교비정규직 노동자 2017-07-18 562
1647 부산학비노조 무기한 농성 5일차 소식 file 학교비정규직 노동자 2017-07-18 3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