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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잡은 손 놓지 말고 통일의 그 날까지 함께 갑시다.2019 일제 강제징용노동자 추모제 참가기
  • 이성우 정보경제연맹 정책국장
  • 승인 2019.09.02 13:11
  • 댓글 0

2019년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한여름, 갑작스러운 일본 정부의 화이트리스트 배제로 인해 우리 국민은 노 아베와 일본제품 불매운동이라는 또 하나의 투쟁으로 우리나라를 더욱 뜨겁게 달구었다. 이 와중에 일본을 간다니……. 라는 게 주변 사람들의 일반적인 시각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일본행 비행기에 올랐다. 해외 여름 휴양지 1위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게 오사카로 향하는 비행기 안은 역시나 텅텅 비어 있어, 가는 우리들의 마음을 또 한 번 무겁게 했다.

조선학교에서 공연을 준비하는 학생들이다.

‘무한도전으로 인해 많이 알려진 우토로마을’

이번 일정에서 처음으로 우리가 만난 분은 우토로마을의 타가와라는 1945년생 어르신이었다. 1965년 대학을 가서 ‘자이니치’와 ‘우토로’라는 존재를 처음 접하고부터, 이들이 일본에서 수십 년 동안 차별받고 살고 있다는 것을 알았고, 55년째 우토로 주민들을 위해 싸우며 살아오고 계시다. 자신은 우토로 주민들을 보며 ‘거주의 권리가 지켜지는 것’이 바램이고, ‘시민의 힘으로 우토로를 눈에 보이게 남겨주고 싶다’라고 하신다. 아직도 재일동포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갖고 살아가시는 마음이 너무 순수하고 아름다운 타가와 선생님, 우리 일행 중 한 분이 이 어르신의 말씀을 듣고는 꼭 한번 안아드리고 싶다고 하셨는데, 우리 모두의 마음이 그러하지 않았나 싶다.

첫날 일정을 마무리하고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한 참가자가 들려준 고국으로부터의 소식 (한일정보보호협정을 한국정부가 더 연장하지 않기로 했다) 은 참가자들의 하루 피로를 날려주기에 충분했다. 한국정부가 재일동포들에게도 반가운 소식들을 많이 보내주는 날이 자주 있길 바랄 뿐이다.

이성우(필자)가 조선학교 학생들과 이야기 나누고 있다.

‘동학혁명의 후예답게, 조선학교 학생들’

둘째 날 조선학교를 찾았다. 조선학교는 선생님, 학생 모두가 조선인 3세~4세들이다. 지금은 여름방학이 한창인데, 한국에서 온 우리를 손님맞이 하겠다고 방학에 나와 연습한 노래공연, 춤 공연, 악기공연, 시 낭송까지 우리는 모두 공연이 하나하나 끝날 때마다 진심을 담아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주었다.

조선학교는 1948년 분단 조국 반대 투쟁과 조선학교 폐쇄 투쟁으로 극심한 탄압을 겪었으나 이에 굴하지 않았으며, 이후 그 어떤 탄압도 이겨내 왔다고 한다. 2009년 일본 내 혐한시위가 거세었을 때도, 2010년 고교무상화에서 조선학교를 배제했을 때도, 또한 수시로 재일조선인에 대한 차별과 혐오가 벌어지고 있는 지금도 꿋꿋이 이겨내 오고 있다고 한다. 정말 자랑스럽고 존경스러울 따름이다.

바로 전날 한국에서 들려온 지소미아 연장거부 소식에 재일동포들도 반가웠다고 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또다시 일본 내 조선학교에 대한 탄압이 거세질 것을 예상하고 계셨으며, 이 또한 굴하지 않고 반드시 넘어서겠다는 이분들의 결의와 다짐의 말씀을 들으니, 우리는 한국 내에서 너무 안이하게 사는 건 아닌지 부끄러움을 감출 수 없었다.

이날 공연에서 곱고 새하얀 한복을 입고 아리랑을 부르는 조선 학생들의 모습에서, 그 옛날 황토현을 떠올렸다. ‘서면 백산이요, 앉으면 죽산이라’. 당신들이 진정으로 조국의 해방과 민중이 주인 되는 세상을 만들어가고 있는 동학혁명의 후예들이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단바망간 광산기념관 이용식 관장님의 설명을 듣고 있는 참가자들이다.

‘탄광 지킴이, 얼마나 외로우셨을까?’

학창시절 원소기호로만 들어봤던 망간, 일본 단바 지역 첩첩산중을 들어가야 있는 망간 광산을 찾았다. 일제 강점기 강제노동자로 끌려와 일제의 전쟁물자를 동원하기 위해 이곳에서 망간을 캐야 했고 해방 후에도 고국으로 돌아가지 못하신, 현재 관장님의 아버지는 강제징용의 역사를 후세에 알리기 위해 이곳에 강제징용기념관을 세우셨다고 한다.

아버지의 뒤를 이어 2대 관장으로 계신 이용식 관장님도 올해가 우리 나이로 환갑이신데, 첩첩산중에 홀로 남아 30년째 기념관과 광산을 지키고 계시다. 일본 정부는 물론이거니와 한국에서의 지원도 없는 상태라 운영이 어려워 몇 번이고 기념관을 닫으려고 했고, 지금도 일본 극우의 혐한과 테러 위협에 시달리고 있다며 쓴웃음을 지으셨다.

당시에 탄을 캐다 힘들고, 배고프고, 고향이 그리워 이곳을 도망치다 잡혀 죽임을 당한 노동자들이 많았다고 하는데, 혹시 관장님도 외롭고 힘들고 때로는 무서움에 이곳을 벗어나고 싶으시지는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도 찾아오지 않고 주위의 무관심들이 이용식 관장님을 아주 힘들게 했구나 하는 생각에, 지치지 마세요! 다시 찾아올게요! 라는 말을 스스로 남기고 발걸음을 돌렸다.

‘돌아와요 부산항에’

고국에 돌아오지 못한 배 우키시마호! 마이즈루가 한눈에 보이는 전망대에 올라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며 당시의 우키시마호를 상상해봤다. 1945년 8월 일본의 패망과 함께, 광복된 조국으로 가기 위해 부산행 귀국의 뱃길에 올랐던 수천 명의 조선사람이 이유도 모른 채 마이즈루 앞바다에서 목숨을 잃었다. 폭침으로 인해 둘로 쪼개진 배 안의 수많은 사람이 살기 위해 몸부림쳤을 테고 고통에 신음했을 것이다. 한반도 또한 둘로 나누어져 분단으로 인해 고통받으며 살아가고 있는 우리 민중들의 모습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하루라도 빨리 통일을 앞당기는 길만이 더 이상의 고통에서 벗어나는 길이 아닐까 생각한다.

끝으로 모든 행사를 마무리하며, 마이즈루에서 42년째 우키시마호 희생자 추모모임을 이어가고 있는 일본 시민단체 분들과 일일이 손을 잡아주었다. 큰 숙제를 안고 가는 것 같아 마음은 무거웠지만, 이들의 따뜻한 손길이 위안이 되고 끝까지 함께 가면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잡은 손 놓지 말고 통일의 그 날까지 함께 가자.

이성우 정보경제연맹 정책국장  kctu@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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